Triage에서
자신이나 가족이 갑작스런 사고를 당하거나 몸이 아파서 응급실에 갔다고 해보죠.
그런데 드라마에서 보듯 의료진들이 후다닥 달려나와 마중(?)을 하지 않아요.
네 다섯 명이 달려 들어서 이동카를 밀고 복도를 달려 응급실 안으로 모시고 간 다음
착착착 치료를 해 주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.
나는 급한데 먼저 원무과에 접수를 하라하고
이름도 생소한 Triage실(환자 분류소)에 가서 대기를 하라고 하네요.
속은 부글거리지만 참고 있었더니
Triage를 담당하는 간호사가 나와
활력 증상과 산소포화도, 사고 시간, 병력 등 기초 조사를 하네요.
그리고 또 가버리죠.
'뭐하는 거지?'
환자분들과 보호자들은 화가 점점 나죠.
응급실의 우선 순위
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간호사가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
2012년에 도입된 KTAS(한국형 응급환자 분류 도구)에 따라
응급실에 온 환자들을 분류한 거예요.
왜 분류를 하냐고요?
더 빠르고 안전한 치료를 하기 위함이고
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부터 살려내기 위함이죠.
응급한 환자 순서대로 진료 및 치료를 받게 하는 거예요.
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보다 늦게 온 사람이 먼저 치료를 받으면
새치기 당한 것 같아 화가 날 수도 있어요.
자기보다 VIP이거나 병원에 연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도 되고요.
또 아파하는 가족들을 위해 자신이 응급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
빨리 치료받게 생떼(?)를 써주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죠.
우는 아이 젓 준다고 자꾸 울어야 할 거 같기도 하죠.
하지만 응급실에서 최우선 순위 환자는 심장마비, 무호흡 등이에요.
그 다음이 심근경색, 뇌출혈, 뇌경색이고요.
그 다음은 호흡 곤란(산소포화도 90% 이상),
출혈을 동반한 설사 환자죠.
38도 이상의 고열을 동반한 장염, 복통을 동반한 요로감염 환자가 그 다음 순이에요.
마지막 순위는 감기, 장염, 설사, 찢어진 상처죠.
얼마 전에 어느 드라마를 보니
재난 현장에서 다쳐 머리에 드레싱을 하고 거즈를 붙이고 있는 환자가
자기는 아파죽겠는데 왜 의료진들이 안 봐주냐며 진상(?)을 부리는 장면이 있었어요.
의료진들이 산불 진화를 하다가 호흡곤란이 온 소방대원에게 몰려가 있었거든요.
"야! 비슷한 일을 한다고 팔이 안으로 굽는 거냐?
나는 이마에 거즈 한 장 붙여 주고 몇 시간째 이러고 있는데!"라고 소리를 치더라고요.
그 환자분은 의료진이 자주 안 들여다 보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것을 몰랐던 거죠.
결론
이제 응급실 진료 및 치료 순서를 이해하실 수 있죠?
응급실에 가서 빨리 안 봐준다고 섭섭해하거나 노여워하지 마세요.
늦게 봐준다면 오히려 다행인 거랍니다.
응급실에 가서 빨리 봐달라고 조를 필요는 없어요.
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부터 봐주는 것이랍니다.
빨리 봐 줄수록 요단강 빨리 건널 것 같은 사람이에요.